술이 운동과 만나면 독이 되는 이유

 

건강운동관리사 정영학

 

 뜨거운 여름 시원한 맥주 한잔은 무더위를 피하는 즐거움 중 하나다. 그래서인지 여름이면 등산, 자전거 타기, 축구 같은 운동을 할 때도 맥주를 마시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시원한 맥주가 운동으로 인한 더위와 피로를 한 번에 씻어 줄 거라 믿겠지만, 사실 술은 운동과 만나면 치명적인 독이 된다. 지금부터 술과 운동에 관해 잘 못 알려진 속설들을 바로잡아보자.

 

 속설 1. 운동 전 술을 마시면 긴장이 완화되어 운동능력이 향상된다.

 간혹 운동 시합 전 불안함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운동전이나 중간에 술을 마시면 마음이 안정된다는 구체적인 근거는 없다. 반면 알코올은 적은양이라도신체의 반응시간, 스피드, 감각 운동 조절 능력, 정보 처리 능력을 떨어뜨린다. 술에 의해 흥분된 상태일 경우 이러한 운동능력의 감소를 인지하지 못해 오히려 운동 수행 능력의 떨어지고 상해를 입을 수 있다. 

 

 속설 2. 술은 운동 후 근육의 피로를 풀어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운동 후에 술을 마시면 더 피곤해지고, 근육의 회복은 둔화된다. 운동을 하면 몸 안의 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데, 알코올이 몸에서 처리될 때도 다량의 당이 필요하다. 만약 운동을 해서 혈액에 있는 당을 이미 많이 소진해버렸다면 간에 당을 공급하는 것이 늦어져 알코올의 부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의 대사도 엉키게 된다. 아세트알데히드는 독성이 강한 물질로 두통, 얼굴 붉어짐, 구토, 심장 박동 증가를 유발한다. 당연히 몸은 괴로워 질 수밖에 없다.

 뉴질랜드 매시 대학의 한 연구에서도 알코올 섭취가 근육의 회복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밝혔다. 연구 참가자들은 격렬한 운동을 한 후 두 그룹으로 나뉘어, 한그룹은 일반 주스를 다른 그룹은 알코올을 함유한 주스를 마셨다. 이36시간, 60시간이 지난 시점에 근육의 힘을 측정해 보니 알코올 주스를 마신 그룹의 힘이 2배 정도 감소했다. 운동 후에는 피로로 인해 근육의 기능이 원래보다 떨어지는데, 알코올은 이러한 근육의 기능 저하를 더욱 심하게 만들어 회복력을 악화시킨다. 

 술은 근육의 신생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우리 매일 몸은 일정양의 단백질이 분해되고 생성되어 항상성을 유지한다. 술을 마시면 간의 단백질 대사가 저하되어 단백질 생성 과정이 둔화되고, 장기간 지속될 경우 결국 근육양이 감소한다. 따라서 근력을 키우고 근육 양을 늘리기 위해 운동을 하고 있다면 술은 멀리해야 할 1순위이다.

 만약 피치 못할 사정으로 운동 후 술을 마셔야 한다면 운동으로 인해 소진된 당의 균형이 회복된 후에 마셔야 한다운동 후 당의 균형이 회복되는 데에는 최소한 1~2시간 정도 소요된다. 하지만 운동 전후로 가능한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속설 3. 운동 후 맥주를 마시면 갈증이 해소된다.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순간에는 탄산의 짜릿한 청량감에 갈증이 한 번에 날아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술을 마시면 몸 안의 수분은 오히려 더 빠져나간다. 늘어가는 빈 맥주잔만큼 화장실에 가는 횟수 또한 늘어나는 것을 경험해 봤을 것이다. 이는 알코올이 항 이뇨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여 체내 수분(소변)을 더 많이 배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운동 중이나 후에는 땀으로 인해 이미 체내의 수분을 많이 잃은 상태이다. 더욱이 더운 여름에는 수분의 확산과 증발을 통해 체온을 낮춰야 한다. 운동, 더운 날씨, 음주가 합쳐져 많은 수분이 빠져나가면 혈압이 떨어지고, 탈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알코올로 인해 이미 수분양이 감소되었다면 체온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따라서 운동 후에는 알코올 대신 체중이 감소한 만큼의 수분을 조금씩 나눠 섭취해야 한다.

 

 속설 4. 술 마신 다음날 운동을 하면 술이 잘 깬다.

술 마신 다음날 술을 깨기 위해 혹은 습관 적으로 평소 하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 술기운이 있어서 달리기는 어지럽다며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운동을 대체하기도 한다. 물론 술을 가볍게 한잔 정도 마신 것이라면 큰 문제없다. 하지만 과음 한 다음날도 평소와 똑같이 무거운 바벨을 들어 올린다면 힘들어 하는 것은 근육만이 아니다. 근육만큼이나 간이 혹사당하게 된다.

 간은 몸의 물질대사를 관장하는 기관이다. 술을 마시면 간은 알코올 대사를 위해 평소 보다 열심히 일을 한다. 운동, 특히 웨이트 트레이닝 같은 근육을 자극하는 고강도 운동을 할 때도 간은 일이 많아진다. 근육을 늘리기 위한 단백질 합성과 운동으로 생성된 노폐물을 분해하는 역할도 수행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사람은 특별히 간에 문제가 없어도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간수치가 올라가기도 한다.

 만약 술을 마시고, 고강도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면? 운동 수행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앞서 설명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기 위해 간은 두 배, 세 배로 힘들어진다. 당연히 운동을 통한 근육 성장 같은 순기능은 기대하기 어렵고 몸에 무리만 더해진다. 따라서 술을 마신 다음날은 혈액 순환을 돕는 가벼운 유산소 운동과 스트레칭 정도로 운동을 끝내고, 휴식과 충분한 영양 섭취를 통해 몸을 회복하는 것이 좋다.

 

아래는 서울 경찰청에서 제공하는 술 종류에 따른 혈중 알코올 분해 소요시간 표이다. 만약 음주를 한 다음 운동을 할 계획이 있다면 마신 술이 충분히 분해되었는지 아래 표에 따라 확인해볼 것을 추천한다.

 


 술 종류에 따른 혈중 알코올 분해 소요시간.jpg